[사설] 기업 유치, 압박 말고 '가고 싶은 곳' 만드는 게 지자체 할 일 아닌가

입력 2019-05-08 18:06   수정 2019-05-09 11:42

송철호 울산시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부문 중간지주회사로 다음달 발족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송 시장은 그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도 했다. 이 회사 본사 잔류를 위해 시민들을 움직여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조선 등 주요 산업이 휘청거리는 지역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알고도 남는다. 울산뿐 아니라 거제 군산 통영 등 ‘조선벨트’의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을 모색하며 대체 신산업도 창출해내야 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울산만의 어려움도, 조선산업만의 과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광역시장이 시민을 동원하겠다는 듯한 담화문을 발표하며 기업 경영의 전략적 판단에 압박을 가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한국조선해양은 4개 조선 계열사의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사만 서울에 둘 뿐, 생산시설은 울산에 둘 계획이다. 인수하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것이며, 이동 인력도 수백 명 수준이다. 무엇보다 세계 1위 조선소를 지키기 위한 경영 판단일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반드시 울산에 남을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는 송 시장의 담화에 회사 측은 강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강하게 ‘잔류 촉구’를 하면 소위 시민단체들이 나서고, 결국은 시·구 의원들과 지역 국회의원들 개입으로 이어지는 것이 ‘한국적 전통’ 아닌가.

송 시장은 국내외 유명 회사들의 실명을 들며 기업이 창업지나 특정 지역을 고수해야 한다는 ‘이론’도 폈지만 간과한 게 있다. 한결같이 기업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사실이다. 국가든 지방자치단체든 강요나 압박으로는 신규 유치도 기존 기업 지키기도 어렵다. 규제 타파 등 고급 행정서비스와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그는 현대중공업에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지만, 기업이 부실해져 공적자금을 받고 세금을 체납하고 일자리를 날리는 것보다 더한 사회적 책임 미이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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